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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저런 이야기

성대결절

성대결절은 가수들이

고난에 찬 과거를 회상할 때

반드시 나오는 뻔한 소재에 하나일 뿐이라 생각했는데

그 뻔함이 내게 찾아왔다.

 

한 달 넘게 목이 쉬어

몸이 안 좋아서 생기는 단순한 현상으로 생각했는데

문석형이 왜 빨리 병원에 가보지 않냐고 했을 때

아차!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프면 당연히 병원에 가봐야할 일을

미련 곰탱이처럼 낫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니

내 몸에 대한 관리는 거의 자해 수준이었던 것이다.

 

병원에 가서 내시경 검사를 하자고 해서

아니 목 검사 하는 데 웬 내시경 하며 쫄았다.

겁나서 쫀게 아니라 검사비가 많이 나올까 싶어....

다행히 8천여 원. 안심.

 

성대결절이라는 진단과 함께

최소 두 달 이상은 말하지 말아야 한다며

한 달 있다 다시 검사하자고 하며

직업이 무언가 물어본다.

그참......

 

평상시야 어떻게 말을 하지 않을 수 있을까 모르겠지만

수업을 해야하는 교사의 입장에서는

참 대략 난감이다.

 

어제도 성대결절이라

말을 하지 말아야 하는데도

수업을 네 시간이나 하고,

학운위 회의에 참석했다.

 

성대결절이라 말을 하지 않아야 하기에

극도로 말을 아끼려 했으나

또 최상위 학생에게만 서울대 고려대 학교장 추천서를

중복하여 줄 수 있다고 하여

그 다음 성적의 학생들에게도 기회를 부여해야 한다며

불평등, 차별을 지적하며 말을 할 수밖에 없었다.

 

작은 목소리 톤으로

조금만 말하려고 했으나

쉬운 일이 아니었다.

결국 투표를 요구했고,

10:3으로 졌다.

 

또 그래도 누군지 모를 2명이

지지해준 것에 만족해야만 하는가?

 

소위 명문대라고 하는 곳에

진학률을 높이기 위해

극도로 공부를 잘 하는 학생에게

중복하여 지원할 수 있는 특권을 부여하는 것은

분명 올바르지 못한 일이고

그 다음 학생의 지원할 수 있는 기회를 빼앗는 나쁜 일인데

작년에 이어 올해의 문제제기도

결국 밀리고 말았다.

 

학운위 끝나고 피로감이 몰려왔다.

부질 없이 목만 써버린 결과에 참담했고,

과거에는 같은 길을 걸었으나

지금은 방향이 달라진 친했던 사람의

열성적인 반대 논리 주장에 질려버렸기 때문이다.

 

시간이 많이 지나고,

그간 많은 일이 있어 많이 옅어졌으나

함께 했던 과거가 생각나

배신감이 더욱 증폭되어 더 힘들어졌던 것이다.

 

지난 학운위 때 보충수업 관리수당을

교장과 교감, 행정실장, 행정실 직원에게 주자고 할 때도

열성적으로 대립각을 세우더니

참.....

 

이제는 놓아야겠다.

일말의 기대감을 가졌으니

배신감이 밀려왔겠지.

 

완전히 그 사람을

마음 속에서 놓아버리고

지워야 겠다.

지워야 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