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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저런 이야기

안나푸르나를 다녀온 새벽이의 글과 나의 댓글

안녕하세요. 손새벽입니다. 잘 지내시죠?~
저희는8박9일로 안나푸르나 abc에 갔다왔습니다.
아시는지 모르겠지만 저는 아버지와 함께 지리산종주를 한적이 있습니다.
그 당시 저의 나이는 14살(중1여름방학)이였습니다.
그때 제가 어려서인지는 몰라도땀을 많이 흘리것을 싫어하고 몸을 쓰는것을 싫어하였습니다.
그러던 제가 반 강제적으로 산에 가게됬습니다.
그때 당시 되게 많이 짜증이났었고 화도 많이 났었습니다.
그러나 아버지 앞이어서 아무런 표현도 못하고 그냥 묵묵히 끝까지 내려왔습니다.
그때 이후로는 산이 싫어졌고 같이 산을 가자고 하면 별의별 핑계를 대서 거절을하고 가지않으려고 했습니다.
그런데 원래 6기 예정에도 없던 네팔에와서 안나푸르나에 간다는 이야기를 들었을때는 그냥 한숨만 나오고
짜증만 났습니다.
그렇게 지내다가 어느순간 갑자기 이런 생각이들었습니다.
산에가면 나혼자 자신의 시간을 보낼수있을것 같았고 어차피 가야될것이라면 즐겁게 가자라는 생각이 머리속으로
흘러들어왔습니다.
그렇게 시작된 트래킹은 특별했습니다
첫째날 산을 1시간30분 밖에 타지 않아서 아까웠고 둘째날 부터는 힘이 많이들었지만 아버지가 지리산에서
말씀해주셨던 산이주는느낌, 산이주는 긍정적인 생각들을 이해할수 있었고 그 덕분에 정말 편하고 즐겁게
산을 오라갈수있었습니다.
그렇게abc까지 도착을 했는데 처음에는 도착했다~! 라는 느낌을 받지못했습니다.
그런데 사방에 있는 설산을 보고 사진을 찍으면서 아~!내가 왔구나 하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그렇게 즐거운 마음으로 포카라 까지 돌아왔습니다.
저는 안나 푸르나를 오르면서 많은것을 이해할수 있었고많은 생각을 해서 좋았습니다.
무엇보다 다같이 했다는 것에 기분이 좋았습니다.
여러분들도 산에 가보았으면 좋겠습니다.
p.s아버지랑 산에 가고싶네요~~!!^^

 

댓글:2009년 8월 8일부터 10일까지 새벽이와 함께 지리산을 종주하였습니다.
그때 새벽이의 마음이 어떨까 하는 것은 별로 중요하지 않았습니다.
중학생이 된 후 나타나게 된 각종 질풍노도의 징후들을 어떻게 하면 고쳐줄 수 있을까 고민하다
고생스럽겠지만 아빠와 함께 남자끼리 지리산을 종주하면 뭔가 느끼는 게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으로
지리산 종주를 실행에 옮겼습니다.
새벽이는 종주를 떠나기 전날 밤 모기 때문에 네 시간 정도 밖에 자지 못한 상태에서 종주를 시작했고,
화엄사에서 노고단까지 올라가는 길이 무척 힘이 들었던 모양입니다.
그때 태어나서 육체적으로 제일 힘든 날이라고 제게 말을 했으니까요.
첫날 밤을 노고단 산장에서 보내고, 새벽이와 저는 천왕봉을 향해서 먼 길을 걸었습니다.
임걸령을 지나 삼도봉으로 다시 토끼봉을 지나 명선봉으로....
새벽이는 토끼봉 직전부터 처지기 시작하였습니다.
새벽이와 저의 간격은 약 15분 정도로 벌어지기도 하였습니다.
벽소령에 도착했을 때 새벽이는 손가락, 발가락, 발톱, 다리, 관절이 아프다고 말했습니다.
다시 출발하자고 했을 때 5분만 더 쉬고 가자고 말했습니다.
저는 그때 지금은 아프고 고생스럽지만 천왕봉에 오르고 또, 종주를 마무리하게 되면
반드시 성취감을 느낄 수 있으리라 믿었습니다.
둘째 밤은 세석 산장에서 보냈습니다.
다음 날 날씨가 좋지 못했습니다. 구름이 많고, 바람이 강했으며, 비가 흩날리기도 했습니다.
연하봉을 지나 장터목 산장에 왔을 때 우린 아침을 먹었지요.
힘들었을 텐데 장터목에서는 새벽이가 자진해서 다소 떨어진 아래쪽에 있는 샘에 가서 물을 떠오기도 했습니다.
저희 부자가 천왕봉에 올랐을 땐 구름과 이슬비, 그리고 강한 비 때문에 아래는 아무 것도 볼 수가 없었습니다.
하지만 새벽이와 함께 먼 길 걸어 천왕봉에 왔구나. 해냈구나 하는 생각을 했었습니다.
중봉을 지나 하산을 하면서 지리산을 종주하는 다른 산악회 팀을 만났습니다.
그 팀 사람들은 부자지간에 지리산 완전 종주를 하는 모습이 보기 좋다며 우리 부자를 칭찬해주었습니다.
그리고, 라면과 사탕을 주기도 했지요.
치밭목 산장에서 내려오면서 새벽이는 발가락이 아파서 고생을 했습니다.
저는 왼쪽 무릎이 너무 아파 뒤로 걸으며 산을 내려왔지요.
드디어 유평 계곡으로 종주를 마치며 내려와서 대원사에서 저는
새벽이와 종주를 무사히 마쳤다는 기념으로 악수를 하였습니다.
그런데 내려오는 도중에 새벽이가 휴대폰을 잃어버렸지요.
물론 며칠이 지나서 다행히 찾을 수 있었습니만.....
진주로 나와 새벽이와 함께 저녁으로 국밥을 먹으며 생각했습니다.
뭔가 느끼는 게 있겠지. 뭔가 조금은 변하겠지.
하지만 오늘 새벽이가 안나푸르나 트레킹을 마치고 올린 글을 보니 참 부끄러웠습니다.
아빠로서 최선을 다한다고 생각하며 자족했지만 새벽이의 마음 상태는 하나도 생각을 못했던 거지요.
새벽이가 지리산에 갔을 때 좀은 싫어하겠지 하는 생각은 했지만 짜증과 화가 많이 났을꺼라고는 상상도 못했습니다.
돌이켜 보면 저는 항상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새벽이에게 그래도 노력하고 있다고 생각하고 살아왔지만
아들이 어떤 마음일까 하는 것에 대해 깊이 있게 고민하지 않는 문제가 많았던 아빠였던 것 같습니다.
지리산을 종주했을 때 그때 새벽이와 제가 좀더 솔직해져서
서로의 속마음을 있는 그대로 나눌 수 있었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저랑 산에 가고 싶다는 새벽이의 마음이 진실된 마음이라면 다음에 새벽이랑 산에 다시 가게 될 때에는
서로의 마음을 털어놓고, 서로 이해하고, 서로 배려하고, 서로 의지할 수 있는 그런 산행이었으면 합니다.
새벽아! 무엇보다 다같이 했다는 것에 기분이 좋았다는 너의 말이 제일 가슴에 와닿는다.
너와 함께 하는 사람들을 이해하고, 진심으로 사랑하는 마음 잊지 말길 바란다. 우리 아들 많이 컸구나.
나도 너와 함께 산에 가고싶구나.
고생 많았다.
사랑한다. 아들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