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학교 공개의 날 행사가 있었다.
학부모님들이 학교를 방문하여 학교의 제반 시설을 돌아보고, 수업도 참관하고, 그리고 담임과 면담시간도 갖는 날.
학교에서 실시하는 것은 처음이었다.
우리반은 모두 아홉분의 어머니께서 오셨다.
송이 어머니는 바쁘셔서 강의만 듣고 가셨고, 나머지 어머니들은 힘들었을텐데 아침부터 오후에 담임 면담시간까지 남아계셨다.
수업 공개가 있는 3교시는 다행히 수업이 없어서 예봉은 피해갔다.
학부모님들이 하루종일 학교에 계신데다 담임과의 면담시간을 어떻게 해야하는지에 대한 염려 때문에 은근히 스트레스가 높아졌다.
전날까지 준비한 성적과 관련된 도표로는 도저히 면담을 진행하기가 힘들 것 같아 부랴부랴 그동안 학급이 걸어왔던 길을 찍어놓은 사진을 준비하였다.
실제 면담이 있었을 때 한 30분 가량 사진을 프로젝트로 보여드리며 학급 운영 방침과 실제에 대해 설명을 하였는데 어머니들의 호응이 괜찮은 느낌이었다.
어려운 발걸음을 하신 부모님들을 대접하기 위해 떡을 한 되 준비하였고, 이를 접시에 담고 그동안 모아온 음료수를 함께 내놓았다.
비록 떡을 많이 드시지는 않았지만 담임의 마음과 정성은 느끼지 않았을까 조심스럽게 생각해본다.
면담에서 먼저 요즘 학교를 상대로 하고 있는 일에 대해서 말씀을 드렸다. 두발 문제, 교복 문제 그리고, 학교 급식에 관한 문제 등이었다. 어머니들은 두발이나 교복 그리고 급식에 대해 상당한 불만을 가지고 있었고, 학교에 대해 다소 불신감을 가지고 있었다. 어떻게 보면 당연한 일이기도 하였지만, 학교 측의 상황에 대해 설명하였고, 이를 개선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으나 쉬운 일은 아님을 알려드렸다. 그리고, 협조를 구하였다. 모의고사를 선택하게 한 점, 그리고 자리 배치 문제 등에 대해서도 어머니들이 의견을 내셨다. 모의고사에 대해서는 장․단점을 설명드렸고, 장점이 많다고 생각하는 학생이나 부모님들은 모의고사를 치면 되는 것이고, 그렇지 않다고 생각하는 쪽은 치지 말고 자습을 하는 것이 오히려 효과적임을 말씀드렸다. 자리는 모두가 앞에 안고 싶어해서 추첨을 할 수밖에 없다는 점을 말씀드렸고, 누구는 앞에 누구는 뒤에 이렇게 강제할 수 없음을 말씀드렸지만 앞이 잘 보이지 않는 학생의 자리 문제는 고려하겠다고 말씀을 드렸다.
이후 성적에 관한 문제를 말씀드렸고, 여러 가지 조언을 해드렸다. 잘하는 아이의 어머니는 잘 하는데로, 못하는 아이의 어머니는 못하는데로 다들 걱정이 많았다. 반장인 혜리 어머니는 혜리가 반장이 되었을 때 과거의 경험상 걱정을 했었다는 말씀을 하셨고, 효정이 어머니는 효정이 때문에 눈물을 짓기도 하셨다. 지예 어머니도 지예가 재즈 댄스를 목표로 삼은 것에 대해 고민 중이셨고, 영아 어머니는 영아가 사탕을 많이 먹는 것에 대해 걱정하셨다. 유정이 어머니는 유정이가 내성적인 것에 대해 고민하셨고, 민아 어머니는 개별적인 고민은 말씀하지 않으셨다. 누구인지 기억이 뚜렷하지 않지만 어떤 어머니는 매월 담임이 보내는 편지에 대해 긍정적인 의사를 표시하셨다.
학부모님들과의 면담으로 걱정을 많이 하였는데 대체로 무난하게 넘긴 것 같아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어머니들과 개별적으로 이야기 해보니 아이들이 안고 있는 고민들이 더욱 생생하게 다가와 이를 해결하기 위해 내가 어떤 도움을 줄 것인지가 무척 고민되는 시간이었다.
어렵운 자리지만 이런 자리가 가끔씩은 주어진다면 학생들을 파악하고, 또 그들을 도울 수 있는 방법을 좀 더 모색할 수 있는 기회가 되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