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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저런 이야기

자전거 여행(여행학교 홈피에 올린 글)

고 3 때 같은 반 친구에게 자전거를 빌리기로 한 적이 있었다.
그 녀석 지금까지 보는 친구는 아니지만
그래도 당시로서는 쫌 살았나보다.
집에 괜찮은 자전거가 있다고 해서 빌려달라고 했더니
선뜻 빌려준다고 했고
그 자전거를 이용해서
대학 입학 후 전국 여행을 하려고 했었다.

허리가 아파 제대로 공부를 못하면서
고등학교 2학년과 3학년을 보냈는데
그때 꼭 대학에 합격해서
반드시 자전거 전국 여행을 하려는 결심을 했었다.
다행히 운 좋게 대학에 들어갔고
1학년 여름 때 자전거 여행을 꼭 가야지 생각을 했었다.

절박함이 덜해지면 가슴 속 열정이 시들해져 그런가?
입학하여 하루하루 기존의 삶과는 다른 삶들이 펼쳐지고
그 속에서 고민하며 실천하며 살다보니
전국을 자전거로 여행을 해야지 하는 생각은 점차 엷어졌고
결국 자전거 여행은 가지 못하고 말았다.
그후로도 가끔 자전거 전국 여행이 떠오를 때가 있었지만
현실 속 삶이 그 여행을 가지 못하게 늘 잡고 있는 느낌이었다.

또 다시 자전거 전국 여행을 해볼까 하는 생각은
새벽이 때문에 들었다.
생각과는 다른 삶으로 빠져드는 것 같은 하나밖에 없는
아들을 위해 아빠로서 함께 무엇을 할 수 있을까 하는
고민을 하다 산을 함께 다니며 대화를 많이 해볼까 하는
생각을 했었다.
그래서, 관계가 좀 가까워지고 서로 조금이라도 이해하는 구석이 생긴다면
멋지게 사나이답게(이 말은 좋은 말은 아님) 함께 전국을 고생하면서
자전거 여행을 해보면 어떨까?
아들과의 관계도 개선시키고
또 고등학생 때 꾸었던 꿈도 이루어보고 하는 생각을 했던 것 같다.

그런데 결국 아들과 함께 지리산 종주를 한 번 하는 것으로
내 꿈은 좌절되었다. 생각해보면 내 잘못이 큰 것 같다.
계속 산을 함께 다니며 뭔가 주고 받는 기회가 있었어야 하는데
현실의 바쁨과 괜찮겠지 하는 안일함이
결국 그 뒤로 산행도 자전거 여행도 못가게 만들었던 것이다.

아들이 자전거로 여행을 하고 있단다.
자전거로 국경을 넘는다고도 한다.
이 얼마나 멋진 일인가?
혼자 해보고 싶었던 자전거 여행.
아들과 함께 하고 싶었던 자전거 여행.
아빠는 실천에 옮기지 못했지만
지금, 현재 아들이 자전거 여행을 하고 있는 것이다.
부럽기도 하고, 이루지 못한 내 꿈을 이루어주는 것도 같아서
마음이 따뜻해진다.
이래서 어른들은 아들 아들 하는구나 하는 생각도 든다.

먼 여행길. 자전거 여행길.
그 속에 아들은 어떤 마음으로 어떤 생각으로
페달을 밟을지 모르지만
그 페달을 아빠가 함께 밟고 있음을 생각해주었으면 한다.

새벽이가 돌아오면 자전거 여행을 한 번 함께 해보고 싶다.
그땐 나 보다 훨씬 익숙한 솜씨로 페달을 밟겠지.
앞으로 나아가며 아빠에게 빨리 좀 오라고 소리를 치겠지.

아들과 함께 자전거 전국 여행을 해보고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