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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 교단일기

무기력해지지 말자.


2004년 3학년 12반 담임할 때
담임에 실패할 수 밖에 없었던 것은
내 자신을 스스로에 의해 극단적으로 몰고갔던 결과
아이들과 소원해지고
아이들에게 소원해지고.....

물론 왔다갔다하며
신뢰하기 힘들었던 반 아이들에게도 책임이 있겠지만
아이들이란 원래 그런 것임을 간과한 후유증이 너무 컸다.

요새 생활지도와 관련하여
1학기 때보다 다소 엄하게 조절을 한 결과인지
나에 대해 불만을 가진 사람이 좀 는 것은 같은데....
그 후유증인지 오늘 학급 게시판에
얼마전 크게 인화하여 부쳐놓은 단체사진에
내 얼굴에
빨간색 펜 자국과 함께 코에 구멍을 내놓은 모습을 보게 되었다.

아이들의 장난으로 치부할 수도 있겠으나
그게 잘 안 되었다.
심정이 상했고,
사진 인화 값까지 내가 내고도 이런 대접을 받아야 하나 하는 생각도 들고
참 마음이 그랬다.

어떻게 할까 고민하다가
종례시간에
나를 미워하는 것은 좋으나 치졸한 복수는 하지 않았으면 한다고 말하고
사진을 회수하였다.

사진은 교무실의 파쇄기에 넣어 처리하였다.
기운 빠지는 일이지만
더이상 생각하거나
이런 기분에 휩싸이고 싶지 않다.
또 그것 때문에 그렇지 않은 아이들까지 괜히 싫어하고 싶지 않다.
아니 그런 행위를 한 아이조차도 이해해야한다고 생각하고 싶다.

얼마나 내가 미웠으면......
나는 과연 반 아이들에게 신뢰를 받으며
잘 하고 있는지 반성하는 게
오히려 더 약이 되지 싶다.
정말 기분이 쳐지는 느낌이지만
이 글을 쓰며 떨쳐버리려 한다.

이제 떨쳐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