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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바위의 글

슬플 때 슬플 때... 내가 가장 슬플 때는 몇 달만에 연인과 만나서 잠시 함께 있다 헤어져 돌아오는 고속버스 속에서 바라보는 쓸쓸한 겨울 풍경이 아니라 진실로 마음의 문을 열고 다가오는 제자의 순수함을 현실이란 이름으로 어느새 더럽혀 버리는 자신을 문득 발견할 때 1994년 어느 날 더보기
비오는 날 비오는 날 비오는 날 머리며 어께에 송골송골 빗방울을 안고 물끄러미 물빛 웃음을 지으며 내민 시집 한 권, 꽃 한 송이. 몇 번이고 망설이다 몇 번이고 돌아서다 끝내 용기내어 친구와 함께 와서도 저만치 바라보곤 놀라 후다닥 달아나는 사슴. 살아가는 동안 얼마나 어렵고 아픈 삶이 더 함께 할 지 모른 채 지금의 존경에 지금의 사랑에 가슴절여 사는 너의 모습. 정성을 전하고 돌아서 총총히 멀어져가는 발걸음에 기쁨이라는 파도가 잔잔히 일렁이는 기인 복도. 1994년 10월 10일 큰바위 더보기
편지를 받고 우울한 날은 편지를 받고 우울한 날은 네가 나의 가슴 속에 들어오는 과정에서 허물어질 수밖에 없었던 겨울 칼바람 고것이 아직도 어떻게 해 볼 길 없는 비가 오는 날이면 큰 산을 넘고 깊은 골을 지나 다시 일어나고 있다 어제는 네게서 물빛 편지가 왔다 사는 것이 어렵다고 사는 것이 힘들다고 할 말이 없었다 그렇다고 네게 죽어버리리가고 이야기 할 수는 더욱 없었다 나마저 네게 눈물 편지를 쓰면서 괴롭다고 쓸 수는 없었다 그저 웃으며 돌을 씹는 기분으로 마르지 않는 눈물로 네게 그간의 자취를 알릴 수밖에 없었다 인간은 어차피 혼자 살아가는 것 사랑하는 사이이면서도 우리는 각기 제 삶을 꾸려 나가고 있다 내게는 아무도 아무 것도 남아 있지 않다고 이 밤 이렇게 끊임없이 탄식을 내뱉게 되는 건 너를 정말 사랑하지 않음인가 아.. 더보기
녹차 한 잔 녹차 한 잔 이제 일주일 수능시험 7일 전 하나님을 믿지도 않으면서 그분은 6일동안 세상을 만드셨다는데 너희에겐 하루나 더 남았다 한마디 던지고 앉아 간만에 어색한 여유를 즐기며 책을 보는데 선생님! 열심히 공부하시네요 열심히 하셔서 꼭 ‘대학’ 합격하세요 그런 의미에서 ‘녹차’ 한 잔! 어때요. 따봉이죠? 뜨거운 녹차 한 잔과 잔을 덮은 덮개 겸 쪽지 하나가 내게로 왔다 성적이 모자라 어쩔 수 없이 왔던 학교 얼음장 같은 교실에서 너희의 사랑과 너희의 인정이 뜨거운 녹차 한잔에 스며들어 홀로 이 차운 교실을 훈훈하게 메워 가는데 겨울 찬바람은 여전히 운동장을 가득 메우고 있다. 1994년 수능 시험을 며칠 앞두고 쓴 시 더보기
겨울바다 겨울바다 당신과 같이 갔던 겨울바다 세찬 눈바람만 쪽빛 바다 온통 메우고 있었지 당신과 함께 맞던 겨울바람 거센 바다파도 아픈 가슴 헤쳐 후비고 있었지 파도에 스며들던 그 겨울바다 눈바람 언제 썼는지 하드를 뒤지다 보니 나왔다. 시를 쓸 때가 있었는데.....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