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는 날
비오는 날
머리며 어께에
송골송골 빗방울을 안고
물끄러미 물빛 웃음을 지으며 내민
시집 한 권,
꽃 한 송이.
몇 번이고 망설이다
몇 번이고 돌아서다
끝내 용기내어
친구와 함께 와서도
저만치
바라보곤 놀라
후다닥
달아나는 사슴.
살아가는 동안
얼마나 어렵고 아픈 삶이 더
함께 할 지 모른 채
지금의 존경에
지금의 사랑에
가슴절여 사는
너의 모습.
정성을 전하고 돌아서
총총히 멀어져가는 발걸음에
기쁨이라는 파도가
잔잔히 일렁이는
기인 복도.
1994년 10월 10일 큰바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