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에 학부모님께 보낸 편지
며칠 장마가 계속되고 있습니다. 집안이 눅눅해지고, 사람의 마음마저 눅눅해버리기 쉬운 계절이지만 늘 밝고 건강하게 계시죠! 저는 학부모님들 덕분에 잘 지내고 있습니다. 벌써 7월입니다. 요즘 저희 반 아이들은 바쁩니다. 7일부터 시험이라 신경도 조금 날카로워져 있는 것 같고요. 눈도 빨간 아이들이 늘어났습니다. 잠자는 시간을 쪼개어 열심히 시험공부를 하고 있을 아이들을 생각하면 기특하기도 하지만, 한편 불쌍한 마음이 생기는 것도 사실입니다. 저희 집 큰 아이는 오늘이 시험 마지막 날입니다. 불 켜놓고 앉아서 자는 모습을 더 많이 보여 엄마의 마을을 끓게 만들었지만 그것도 오늘이면 당분간 보기 힘들 모습입니다. 이제 집에서 텔레비전도 좀 보고 딴 짓도 좀 할 수 있겠군요. 은근히 아들놈 눈치가 보여서 말입니다. 부모님들도 마찬가지시죠? 빨리 시험기간이 끝나길 바라는 분도 아마 많으리라 생각합니다.
벌써 1학기 마무리 시점에 왔습니다. 3월 처음 부모님들께 편지를 올릴 때 계속 보낼 자신이 별로 없었는데 벌써 다섯 번째 편지를 올립니다. 제가 올린 편지가 학부모님과 담임이 소통하는 데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이었는데 어째 소통이 좀 되었는지 모르겠습니다. 부족한 내용이지만 2학기 때도 계속 편지를 올릴까 합니다.
7월은 학교 일정이 대체로 기말고사에 맞추어져 있습니다. 7월 7일(화)부터 10일(금)까지 4일간 기말고사가 치루어집니다. 15일에는 교내 토론대회가 예정되어 있고요, 방학식은 18일(토)입니다. 방학은 8월 23일(일)까지고요, 24일(월)에 개학 예정입니다. 긴 방학동안 학생들과 지지고 볶을 생각을 하면 아득해지시죠? 저도 마찬가지입니다. 고등학교 1학년에게 있어 1학기 여름 방학은 무척 중요한 것 같습니다. 처음 고등학교에 올라와서 헤매다 적응하면서 그냥 그냥 시간이 흘러가버린 경우가 꽤 있기 때문에 여름방학은 자신을 돌아보고, 차분히 자신의 실력을 닦으며 2학기를 준비할 수 있는 좋은 기회이기 때문입니다. 저희 학교에서는 여름 방학 보충 수업을 7월 22일(수)부터 8월 14일(금)까지 실시합니다. 부모님들과 의논해서 희망을 하라고 했더니, 총 40명 중에서 22명이 보충수업을 희망하였습니다. 18명은 희망을 하지 않았습니다. 저는 그 결과를 전적으로 존중하여 22명의 명단만 제출하였습니다.
방학 중 보충수업과 관련하여 두 가지 걱정을 하게 됩니다. 먼저 보충수업을 하는 학생들입니다. 계절이 계절인데다 방학이라는 특수성으로 인하여 보충수업을 하는 학생들 중에서는 며칠 잘 나오다가 안 나오거나, 또는 수업을 빼먹고 도망을 가거나, 오후 두 시간 쯤 하게 되는 자율학습에 불참하는 경우들이 종종 있습니다. 이럴 경우 학교에 나와 보충수업을 하는 아무런 의미가 없게 됩니다. 자신이 결정한 일이니만큼 정규수업을 받을 때처럼 성실하게 임할 수 있도록 학부모님들의 관심과 협조가 절실합니다.
특히 제가 방학 중에는 연수 등으로 인해 학교에 출근하지 않는 날들이 있기 때문에 학생들 관리에 어려움이 있습니다. 물론 배당된 임시 담임 선생님이 잘 해주시겠지만 학생들이 조금 아프다고 또는 귀찮아서 보충수업이나 자습을 빠지려고 할 때, 힘듦을 이겨내고 자신을 스스로 조절해 나갈 수 있도록 규제를 해주시면 고맙겠습니다. 그리고, 저희 반 학생들에게도 말했지만 보충수업을 받는 사람들은 성실히 임해야 하며, 그렇지 않은 학생들은 그에 상응하는 조치를 취할까 합니다. 이 점 양해를 부탁드립니다.
두 번째로 보충수업을 하지 않은 학생들입니다. 사실 이 학생들이 제일 걱정됩니다. 스스로 해내는 능력이 있어 조절하는 아이들도 있지만 그렇지 못한 학생도 있는 것이 사실이기 때문입니다. 아무래도 억지로라도 학교에 나오면 그래도 생활의 중심은 서게 되고 공부를 하게 되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에는 세밀한 방중 계획과 굳건한 실천이 없이는 긴 방학이 지나고 2학기가 되었을 때 다른 아이들과 차이가 날 가능성이 있으므로 특히 학부모님들의 관심과 조절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방학인데 너무 쪼는 것은 문제이지만 적당한 선에서 학생에게 긴장을 주시고, 열심히 할 수 있도록 지도해주시길 바랍니다.
이번 편지에는 지난 6월에 치룬 학력평가 결과 성적표와 함께 그동안 치룬 학력평가를 비교한 성적표를 동봉하였습니다. 제일 앞의 점수가 표준점수이고, 다음이 백분위, 마지막이 등급입니다. 3월, 4월, 6월의 학생의 성적이 제시되어 있는데 한 눈에 성적이 어떻게 변화되어 왔나 하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사회탐구와 과학탐구 결과도 중요하지만 역시 1학년이기에 언어, 수리, 외국어 영역의 결과가 더 중요하다고 하겠습니다. 각 달 별로 어떻게 변화되었는지를 세심히 살펴보시고, 특히 떨어지는 영역에 대해 여름방학 중 집중적인 학습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지도 부탁드립니다.
성적이 떨어지거나 잘 안 오를 경우 부모님들은 과외나 학원을 많이 생각하는 데 아이에게 맞는 경우도 있고, 맞지 않은 경우도 있으니 학생과 잘 의논을 하셔서 대책을 세우시길 바랍니다. 무조건 학원에 가라하고 전적으로 학원에만 맡겨버리는 것은 좋지 않은 것 같습니다. 아직 1학년이므로 자기 스스로 할 수 있는 힘을 길러주는 쪽으로 유도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더 낫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아이들을 보고 있으면 학원이나 인터넷 강의에 전적으로 의존하면서도 성적이 잘 오르지 않는 아이들을 보게 됩니다. 제가 보기에는 학원이나 인터넷 강의 등을 보고 듣고 이후 얼마나 자신의 것으로 소화시킬 시간과 기회를 갖느냐 하는 것이 더 중요한 것 같습니다. 스스로 자학자습 하지 않고, 보고 듣는데 만 집중하는 학생은 좋은 결과를 가져오기 힘든 만큼 적당히 보고 듣는 시간을 가지고, 나머지는 자신이 몰입해서 자습할 수 있는 시간을 가지도록 하는 것이 좋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성적표의 맨 마지막 부분이 석차 증감입니다. 3월에 비해서 4월은 증가했는지 감소했는지, 4월에 비해 6월은 어떤지에 대해 알려주는 항목입니다. 마이너스가 있을 경우에는 성적이 떨어진 것이고, 없는 것은 성적이 오른 것입니다. 계속 마이너스가 나오고 있다면 좀 더 학업에 신경을 써야 하므로 격려해주시길 바라며, 마이너스 없이 계속 증가하고 있다면 칭찬을 많이 해주셔서 아이가 좀 더 자심감과 의욕을 가질 수 있도록 하였으면 좋겠습니다. 그런데 마이너스와 마이너스가 없음이 공존한다면 불안정한 학습이 원인일 가능성이 있으므로 계획을 세워 꾸준히 공부할 수 있도록 지도해주시길 바랍니다.
오늘은 너무 성적이야기만 말씀 드렸군요. 1년 중 한 학기가 지나가고 있습니다. 그동안 저희 반 아이들과 함께 하기 위해 나름대로의 노력을 하였는데 지금 생각해보니 부족한 것도 많았다고 생각합니다. 처음에 아주 철없던 아이들이 이제는 제법 의젓해지는 모습을 보니 기쁘기도 합니다만 아직 세밀한 부분에서는 부족한 것이 보이는 아이들도 있습니다. 2학기 때에도 역시 마찬가지로 저희 반 급훈 “당당히 함께 가는 우리”를 실현하기 위하여 아이들이 스스로 선택하고, 스스로 책임질 수 있게 지도해 나가겠습니다. 그 길에 학부모님들의 관심과 지지 계속 부탁드립니다.
참 며칠 전 급식 모니터링 요원 희망조사서를 학생을 통해 발송한 적이 있는데 다행히 저희 반에서는 학급 반장인 혜리 어머니께서 선뜻 동참하시겠다고 하여 정말 고마웠습니다. 학교 공개의 날 때 말씀드린 것처럼 좀 더 나은 급식 실현을 위해 노력을 다해볼까 합니다. 혹시라도 시간을 내어서 이 일에 동참을 하실 부모님이 계시다면 빠른 시간 내에 제게 꼭 연락을 주시길 바랍니다. 몇 분 더 계시면 더 힘이 되지 싶습니다.
이제 곧 장마가 끝나고 무더워지겠지요. 더운 무더위에 건강 유의하시고, 늘 행복한 시간들 되시길 기원하겠습니다. 안녕히 계십시오.
2009년 7월 4일
1학년 7반 당당반 담임 손 성 호(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