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저런 이야기

희망버스

큰 바위 2011. 10. 9. 21:45

5차 희망버스를 탔다.
김진숙 동지가 크레인 위로 올라간지 276일째인 어제야
나는 겨우 그녀를 만나기 위해 희망버스를 탔다.

2차때 가고 싶었으나
일정이 겹쳐 결국 가지 못하고
마음에 빚처럼 버스를 타야한다는 강박관념을 가져왔었는데

이번에는 모든 걸 다 포기하고
희망버스를 탈 수 있었다.

그녀를 만나기 위해 갔으나
그녀 근처에도 가지 못했다.
그녀에게 힘을 주기 위해 갔으나
그녀 얼굴 한 번 보지 못했다.

영도다리 근처에도 가지 못하고
끊임없이 해산하라는 경찰들의 선무 방송과
쏘아대는 경찰들을 물대포를 맞으며
그녀 근처에도 갈 수가 없었다.

한 재벌이 경영상의 긴박한 상황도 아닌데
2년동안 해외에 설립한 조선소에 수주를 몰아주고
일부로 적자를 내고는
한 평생을 회사를 위해 바친 노동자들을
한 순간에 정리해고라는 이름을 자르는 이 사회
어떻게 보아야만 할까?

내가 가르치는 제자들이
내가 키우는 내 아이들이
언젠가 노동자가 될텐데
그때 그들의 잘못이 아니라
자본의 이해 관계에 따라
비정규직으로 부당한 대우를 받으며
늘 정리해고 당할 위기에 선다면
그때 난 무엇을 할 수 있을까?

그녀 근처에도 갈 수 없었지만
그녀 얼굴 한 번 볼 수도 없었지만
함께 노숙을한 그많은 사람들이 있기에 
아직 대한민국에는 희망이 있다고 감히 믿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