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부모님께 보낸 6월 편지
이번 주는 전직 대통령의 서거로 인해 많은 분들이 여러 가지 생각을 하는 한 주였을 것 같습니다. 사회적인 분위기도 상당히 무겁게 느껴졌고, 저도 전직 대통령을 좋아만 했던 사람은 아니지만 마음이 꽤 무거웠습니다.
그러나 오늘 이렇게 지면으로나마 학부모님들을 만나 뵈면서 무거웠던 마음의 짐을 내려놓을까 합니다. 고인에게는 안타까운 일이지만 또 산 자에게는 삶의 의미와 책무가 있는 것이라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안녕하세요. 1학년 7반 당당반 담임 손성호입니다. 벌써 6월입니다. 새삼 세월의 빠름이 느껴집니다. 나이만큼 세월의 속도가 정해진다고 합니다. 아마도 학부모님들이나 저나 대부분 세월의 속도가 40㎞ 이상일 것입니다. 갈수록 더 빨라지는 시간 아깝지 않도록 순간순간 최선을 다하고 살고 싶은데 그것은 어디까지나 마음에 그치고, 문득문득 나태해지는 자신을 발견할 때는 제 자신이 한심하기도 합니다.
지난 20일 학교 공개의 날 행사가 있었습니다. 많은 학부모님들이 오셔서 학교도 돌아보시고, 학생들 공부하는 것도 둘러보시고, 수업도 참관하시고, 급식도 드셔 보시는 등 여러 체험들을 하셨습니다. 마지막으로는 담임과의 대화 시간도 가졌습니다. 저희 반은 1학년에서 제일 많은 학부모님들이 참가해주셔서 제가 어깨가 으쓱했습니다. 다 부모님들의 관심과 배려 때문입니다. 고맙습니다.
그날 오신 분들과는 아이들 학교생활과 관련된 사진을 함께 봤고, 학교나 학급에 개선이 필요한 문제에 대해 의견을 나누었고, 개별적으로 학생의 공부 또는 생활과 관련된 문제도 의견을 나누었습니다. 그때의 대화가 오셨던 부모님들에게 도움이 되었는지는 확인할 길이 없지만 어쨌든 제게는 학생을 조금 더 잘 파악하고, 또 학교나 학급에서 제가 어떤 입장에 있어야 하는지에 대해서 다시 한 번 생각해볼 수 있는 시간이 되어서 저는 만족하고 있습니다. 다시 한 번 어려운 발걸음 해주신 부모님들께 진심으로 감사하다는 인사를 드립니다. 고맙습니다.
6월에는 학교의 큰 행사는 없는 것 같습니다. 6월 17일(수)에 인천교육청이 주관하는 학력평가가 있는 정도입니다. 이번에도 역시 학생과 학부모님들의 희망과 의견을 존중하여 시험을 칠 학생은 열심히 치고, 그렇지 않은 학생들은 스스로 공부하는 시간을 가질까 합니다. 참, 6월 1일부터는 하복 혼용기간입니다. 요즘 날씨가 많이 덥죠? 아이들도 춘추복을 입고는 무척 더워합니다. 12일까지 혼용기간이지만 빨리 하복을 마련해서 입고 다니는 것도 아이들을 위해서 좋은 일일 것 같습니다. 참고로 제 아이는 한 2주전에 구매해서 잘 입고 다니고 있습니다.
6월에는 학급 행사의 일환으로 비빔밥을 해 먹을까 싶습니다. 아마도 20일(토)이 가장 유력한 날짜인데 그때 비벼먹을 수 있는 반찬 한 가지 수고스럽더라도 부탁드리겠습니다. 저번에 체육대회 때 비벼먹기 싫어하던 아이들도 막상 비벼놓으니 맛있게 먹더군요. 한번 비벼먹은 경험이 있으니 잘 준비해오리라 믿습니다. 학급에서 이루어지는 다양한 행사가 아이들끼리 서로 더욱 친해지는 데 좋은 밑거름이 되기만을 빌 뿐입니다.
참, 중간고사 성적표와 등록금 영수증을 동봉해서 드립니다. 영수증이 없는 경우는 학생이 개별적으로 받아간 경우입니다. 중간고사 성적표를 받으시고, 부모님들의 시름이 커지지 않으면 좋으련만 그게 제일 마음대로 안 되는 일 같습니다.
저도 얼마 전 제 아이의 성적표를 받고 무척 놀랐고, 할 말도 없더군요. 화도 나고 실망스럽기도 했지만 아이를 믿어보기로 했습니다. 스스로 열심히 하는 날이 빨리 오기만을 기대합니다. 제 자식의 성적도 어떻게 못하면서 선생을 하고 있는 제가 가끔 우습기도 하지만 아이가 건강하게 그리고, 바르게 자라고 있는 것 같아서 그나마 한 시름 놓습니다.
저도 잘 안되지만 아이의 장점과 긍정적인 부분을 더 크게 생각하려고 노력 중입니다. 비록 마음에 들지 않는 성적표를 받으셨더라도 아이가 힘을 내어 더 열심히 할 수 있도록 애정 어린 눈길과 따뜻한 말 한 마디 더 해주시면 어떨까 싶습니다. 힘드시겠지만 말입니다.
오늘도 말이 많았습니다. 점차 무더워지는 날씨로 일 하는 데 더욱 힘들어지시겠지만 예쁘게 자라고 있는 아이와 가족들 생각하시면서 열심히 힘내서 일하시길 기원해 봅니다. 저도 더욱 열심히 공부하고, 또 아이들 성실히 가르쳐 나가겠습니다. 늘 건강한 모습으로 그 자리에 계시길 기원합니다. 안녕히 계십시오.
2009년 5월 28일
1학년 7반 당당반 담임 손 성 호(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