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바위의 글
편지를 받고 우울한 날은
큰 바위
2011. 11. 22. 10:46
편지를 받고 우울한 날은
네가 나의 가슴 속에 들어오는 과정에서
허물어질 수밖에 없었던 겨울 칼바람
고것이 아직도 어떻게 해 볼 길 없는 비가 오는 날이면
큰 산을 넘고 깊은 골을 지나 다시 일어나고 있다
어제는 네게서 물빛 편지가 왔다
사는 것이 어렵다고 사는 것이 힘들다고
할 말이 없었다
그렇다고 네게 죽어버리리가고 이야기 할 수는 더욱 없었다
나마저 네게 눈물 편지를 쓰면서 괴롭다고 쓸 수는 없었다
그저 웃으며 돌을 씹는 기분으로 마르지 않는 눈물로
네게 그간의 자취를 알릴 수밖에 없었다
인간은 어차피 혼자 살아가는 것
사랑하는 사이이면서도 우리는 각기 제 삶을 꾸려 나가고 있다
내게는 아무도 아무 것도 남아 있지 않다고 이 밤
이렇게 끊임없이 탄식을 내뱉게 되는 건
너를 정말 사랑하지 않음인가
아님 뼈저리게 사랑함일까.
1988년 6월 13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