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바위 2011. 4. 25. 15:04

벌써 일주일이 지났다.
한번 올려야지 하면서도 글을 올리지 못했는데....

지난 주 월요일
교직원 연수 시간에
자연과학부장샘이 그동안 정수기 사용에 대한 교육이 있었음에도
학생들이 정수기를 너무 지저분하게 사용하여
그 벌로 온수를 나오지 않게 하겠다고 발표하였다.

갑작스런 이야기라
어떻게 해야하나 망설이다가
회의 말미에 일어섰다.
학생들의 잘못된 사용에 책임을 묻는다는 것은 이해하지만
언제까지 사용을 못하게 한다든지에 대한 제한은 있어야 한다.
언제까지 사용하지 못하게 할 것이냐고 물었더니
기간은 정해지지 않았다는 답변을 들었다.

그때부터 몇 차례 일어서서
기한을 정해놓지 않는 것은 부당한 것이며,
만약 교사들이 사용하는 정수기를 그렇게 처리한다고 생각해보라며
기한을 정해서 제한을 해야한다고 주장하였다.
몇 차례에 답변과 질문 끝에
결국 일단 부장회의에서 다시 논의해 달라고 요구하였고,
그 요구에 대한 긍정적인 답변이 없는 상태에서
회의가 끝나고 말았다.

몇 차례 일어날 동안
사람들은 아무 말이 없었다.
자기 문제가 아니라 그런가?
학생 문제가 바로 자기 문제 아닌가?
말해봐야 뭐 하겠나라는 분위기가 지배한 것은 아닌가?

어쨌든 마음이 조금 허했다.
1천 명이 넘게 쓰는 정수기가
지저분하게 되는 것은 당연한 것이고,
지도를 함에 있어
이렇게 극단적인 방법을 사용하면서,
결국 충실히 정수기 물을 깨끗하게 사용하려 노력한
수많은 학생들의 이익까지 침해하는 것은 부당한 것이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어떻게 할 것인가?
고민이 된다.
아무래도 학교운영위원회에
이 문제를 상정하여 해결하도록 노력해보야겠는데
학운위가 열리려면
아직 두 달 정도나 남았는데
그 사이 학생들이 온수를 사용하지 못하는 피해를
어떻게 막아낼 수 있을까?

이런 고민들을 하면서
사실 내 자신도 반성이 많이 되었다.
마지막이라는 다짐 속에
학생들에게 너무 극단적인 지도를 한 적은 없는지
그 질문에 아니요 라고 대답하기 어려운 면이 있기 때문이다.
요 몇 년간
달라진 내 모습이 문득 떠올라
부끄럽다.

학생들에게
좀더 다정다감하고,
좀더 다가갈 수 있는 교사가 되어야 한다는
초기의 마음을 되찾는 일과 함께
정수기 문제를 빠른 시간 내에 반드시 해결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