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교단일기

도망자

큰 바위 2009. 10. 23. 21:33

아침에 출근하니
야간 타습 시간에 남아 있던 아이들의 명단이 올려져 있다.
그 학생들만 있었다는 얘긴데
숫자가 너무 적었다.

조례시간에 확인하니
다섯 명이 도망을 갔다.
1학기 때 한 명이 도망간 적이 있었는데
다섯 명씩이나 한꺼번에....

기가 찬 것은
우리 반의 야간 타습이
자신의 선택에 의한 것이라는 점이다.

강제로 시켰다면야
때때로 도망가는 심정을 이해야 하겠지만
이거는 아니다 싶었다.

종례 후에 불러내어
벌을 세웠다.
앉았다 일어섰다.
힘들어 했다.

벌을 주고
길지 않게 이야기 했다.
자신이 선택한 것인데
내가 있고 없고를 눈치를 보며
도망 가서야 되겠냐고?

자신이 타습을 하겠다고 내린
결론이니 만큼 그 책임도
반드시 자신이 져야한다고....

아이들이 내 얘기를
마음 속 깊이 알아들었는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그 아이들에게
2주간 야간 타습에서 제외시키는
처벌을 가했다.
2주 후에는 자신이 원래 선택했던
책임을 다해 타습을 하라고 말했다.

힘이 빠진다.
자신이 선택한 타습이기에
적어도 도망가고
또 그 도망에 대해
벌을 주고 하는 일은
없을 줄 알았는데
내가 순진한 모양이다.....
이래저래
이번 1학년 아이들은
내게 적지 않은 타격을 주고 있다.

도망가는 그 마음까지
이해하는 교사가 되어야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