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저런 이야기

대체로 내 삶은 무난한 듯 했다.

큰 바위 2011. 6. 28. 15:38

그런데 큰 변수가 출현한 것은 2년 전.
그 변수는 바로 아들.
손새벽.

어둠을 헤치고 밝은 아침을 가져오라는 뜻에서
지은 이름. 새벽.
얼마나 좋고, 의미가 있는 이름인가?

그러나 이 놈이 중학교 들어서더니
그간 감추어져오던 문제점들이 하나 둘 노출되더니
지금까지도 나뿐만 아니라
마음씨 좋은 아내의 발목까지도 붙잡고 있다.

세상이 이제껏 내가 원하는 방향대로 흘러왔거나
그렇게 만들어가고 있는데
단 한 가지 마음대로 되지 않는 이름.
손새벽.

지난 2년동안 막장까지 간 것이 몇 번이던가?
낯 뜨겁고 부끄러워
있었던 일들의 일부도 쓰기 힘들다.
사춘기에 접어든 남자 중학생의 문제점이야
말할 필요도 없겠지만
우리 부부의 입장에서 보면 이 놈은 상상을 초월한다.

그러나 사실 더 큰 문제는
나도 괴물이 되어간다는 것이다.
어제도 나는 괴물이 되었다.
첨예하게 대립하는 적 앞에서나
진짜 괴물 앞에서야
함께 괴물이 되는 게 무어 부끄러운 일이랴마는
어제도 나는 괴물이 되었고,
인간이 아니고 짐승이 되었다.
아들과 함께.

부끄럽고 슬프다.
조퇴내고 교육청 농성하러온 이 곳에서도
나는 우울한다.
내 내면의 심연에 자리 잡고 있는
괴물이 가끔
어쩔 때는 아주 자주 그 모습을 드러내며
아들과 나의 사이를 더욱 더 깊게 패게 만들고
이를 지켜보고 있는 딸과 아내와의 사이를
더욱 더 깊게 패게 만드는 게 느껴질 때마다
나는 정말 절망스럽니다.

지금 나는 절망스럽다.
내 아들의 끊임없는 흔들림에
지금 나는 절망스럽다
내 자신 속에서 나타나는 끊임없는 괴물 때문에

부끄러운 이야기라
쓰지 않으려다 이 글을 쓴다.
어쩌면 저번에도 결심했었던 것처럼
이번이 괴물을 잡을 수 있는
마지막 기회가 될 수도 있을 것 같아
그렇게 되기를 진심으로 간절히 바라기 때문에
이제 더는 방법이 없다.

나는 절망스럽다.
내 자신에 대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