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바위의 글
녹차 한 잔
큰 바위
2010. 12. 29. 19:54
녹차 한 잔
이제 일주일
수능시험 7일 전
하나님을 믿지도 않으면서
그분은 6일동안 세상을 만드셨다는데
너희에겐
하루나 더 남았다
한마디 던지고 앉아
간만에 어색한 여유를 즐기며
책을 보는데
선생님!
열심히 공부하시네요
열심히 하셔서 꼭 ‘대학’
합격하세요
그런 의미에서
‘녹차’ 한 잔!
어때요. 따봉이죠?
뜨거운 녹차 한 잔과
잔을 덮은 덮개 겸 쪽지 하나가
내게로 왔다
성적이 모자라
어쩔 수 없이 왔던 학교
얼음장 같은 교실에서
너희의 사랑과
너희의 인정이
뜨거운 녹차 한잔에 스며들어
홀로 이 차운 교실을 훈훈하게 메워 가는데
겨울 찬바람은
여전히 운동장을 가득 메우고 있다.
1994년 수능 시험을 며칠 앞두고 쓴 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