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반 학생들이 와서 자습을 빠지면 안 되냐고 물어오면 입장이 참 난감할 때가 있다.
대체로 자신의 희망에 의해 하는 자습이라 잘 오는 편은 아니지만
가끔 아주 가끔
와서는 이런 저런 이유를 이야기 하며 자습에서 빠지고 싶다고 말한다.
아픈 경우가 제일 많은 데
딱 봐도 아프게 보이는 경우가 있고,
조금 참으면 되겠다는 느낌을 받을 때도 있다.
그래서, 한 번 더 확인한다.
집에 가야할 정도로 많이 아프냐고?
보통은 이때 예라고 하며
아무 거리낌 없이 답을 하고는 총총히 사라지지만
마음이 약한 아이들
그리고, 솔직한 아이들은 망설인다.
망설이는 순간 이미
상황은 끝이 난다.
보통은 아이들이 내 말에 수긍하고 자습을 하러 돌아간다.
가만히 생각해보면
솔직하고, 마음 약한 아이들만 손해 보는 건 아닌지 하는 생각이 들어
씁쓰레해질 때도 있지만
마지막으로 자신의 의사를 확인하고
자신의 의사에 따라 행동하게끔 하는 게 맞는 것 같아 그렇게 한다.
시험기간이 가까워 오니
학원에 보강해러 간다거나
집에서 하면 안 되겠냐는 아이들도 나타난다.
대체로 아이들은 처음에 희망한 데로 학교에서 뭔가 해야 한다고 말하고
학원은 주말을 이용하게끔 하라고 하면
아이들은 곧 수긍을 한다.
그 과정에서 난처한 것은
아이들이 집이나 학원을 가면 오히려 아이들에게 더 좋은 결과를 가져오는 것은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드는 점이다.
개개인 별로 공부하는 법도 다르고
개개인 별로 더 효과적인 공부도 분명 다를텐데.....
난 사실 두렵다.
몇 명의 예외를 인정해주었을 때
다음에 나타날 현상이.
너도 나도 와서는 자습에서 빠져야겠다고 하면
들어주지 않을 재간이 없기 때문이다.
물론 아이들이 모두 그러진 않겠지만
상당수 아이들은 이런 상황을 활용할 가능성이 분명 있다.
개개인별로 차이는 있지만 일단 학교에서 자습하는 것을 네가 희망했으니
네 말에 스스로 책임지는 자세가 필요하다라는 말이 논리적이긴 한데
가끔 아이들 입장에서 본다면 미안해질 때가 있는 것이다.
하지만 또 다른 입장에서는
조금 힘들고 어렵고, 환경적으로 적응이 안 된다고 해서
원래의 흐름과 규칙을 깨고
자신의 편리성을 찾는 것이 바람직한 것이 아니다는 생각도 든다.
그래서, 아이들이 와서 내게 자습을 빼달라고 하면 이래저래
그 짧은 순간에도 많이 망설이게 되고
어떤 결정을 내려도 찜찜함이 남는다.
결론 내리기는 어렵지만
장기적으로 봤을 때 내가 망설임 끝에 아이들에게 제시하는
아이들에게는 다소 불만스러운 결정이 그저 그 순간에서는
가장 맞는 것이기를 바랄 뿐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아무 것도 없다.....
2009 교단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