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회할 일들이 한 두개 일까만 어제는 후회 막심이었다.
7교시 1학년 6반 수업.
주로 복도쪽 책상에 앉은 학생들이 산만했다.
언뜻 보니 로션 샘플을 꺼내 손에 바른다.
진도 나가야하기에 그냥 두었다.
조금 있으니 ooo 이 눈밑에 아이크림 바르듯이 뭔가 두드리며 바르고 앉았다.
000는 국사책을 가지고 오지 않아 국어책을 들고 온 것을 아까 미리 확인을 했었는데, 수업시간에 아무렇지도 않은 듯 로션을 바르고 뭔가를 바르는 것은 옳지 않다 생각했기에 000 에게로 향했다. 수업시간에 뭘 발랐냐고 하니 스킨을 발랐단다.
그러고 보니 화장품 스킨 냄새가 그 사이 교실에 가득하다.
수업시간에 뭘 발랐냐고 하니 피부가 안 좋은 데 따가워서 발랐다고 한다.
수업시간에 따가운 곳이 있어 발랐는데 뭐 잘 못되었냐는 투다.
그래서, 수업시간에 함부로 화장품을 바른 것이 수업에 방해를 준다는 것을 가르치기 위해 수업시간에 자신이 한 행위를 자신의 입으로 이야기 하게 하고, 잘 한 일이냐고 물었다. 아이는 대답이 없었다. 황당하다는 표정을 지으며....
몇 번이나 거듭 물었지만 자신이 한 행위에 대해서는 인정을 하는 데 잘못되었다는 것은 인정하지 않았다. 화가 났다. 뭐 이런 놈이 있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수업이 지연되고 있었기에 수업 끝나고 이야기를 해야 되겠다고 생각하고, 다시 교탁으로 돌아와서 수업을 시작하려 했으나 이미 감정은 격해져 있었다.
몇 마디 물어보고 아이가 반응하는 상황 속에서 너무도 큰 충격을 받았기에 수업을 계속 진행시키기가 어려웠다.
그래서, 다시 마무리를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다시 학생에게 다가가 아까의 과정을 반복했다. 그러면서 물었다. 아이의 태도는 똑 같았다. 오히려 더 짜증을 내는 표정이 눈에 선하다..결국 계속 끌 수가 없었기에 아이에게 마지막으로 묻는 것임을 확인시키면서 잘못을 인정하게끔 하였다. 결국 아이는 잘 못했다는 대답을 했고, 다시 수업을 진행시킬 킬 수 있었다.
수업이 끝나고 올라가는데 마침 담임샘을 만나 000가 어떤 아이인지 물었다. 담임샘의 대답도 긍정적이지는 않았다. 결국 담임샘과 협의 하여 아이와 상담을 하기로 하고 아이를 학년실로 불렀다. 그런데 아이가 울면서 들어온다. 아마도 담임샘한테 야단을 맞은 모양인다. 나중에 안 일이지만 담임샘이 주의를 주는데도 태도가 좋지 않았다고 한다.
어쨌든 아이와 앉아 왜 잘못을 인정하지 않았는지 당시의 느낌이 어땠는지에 대해 말하게끔하였다. 자기는 그 행위가 나의 수업에 그렇게 방해가 되리라 생각을 못했고, 막상 일어서니 당황을 해서 어떻게 해야할 지를 잘 몰랐었다고 말했다.
나는 000의 행위가 수업을 하고 있는 내게는 눈에 거슬렸으며, 수업에 방해가 되었기에 지도를 하려고 했고, 잘못을 인정하면 그냥 끝날 문제인데 인정을 하지 않아 사태가 커졌음을 알려주었다.
내 설명에 수업에 방해가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하였고, 결국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였다. 내 의도와는 상관없이 담임샘이 이미 혼을 내었고, 자신의 잘못을 인정을 하기에 좋게 말하고 학생을 보냈다. 그런데 일어서며 잘못했다고 사과를 하고 갔다. 이번에는 강요하지 않았는데 그저 자신이 그렇게 말했다.
학생과 이야기를 나누며 든 생각이 왜 아이에게 그 행위가 수업에 방해가 될 수 있음을 설명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내 설명을 듣고도 아이가 과연 그런 반응을 보였을까하는 생각....
또 왜 시간을 끌면서 아이에게 잘못을 인정하게 하려 했을까 하는 생각. 일단은 다른 학생들도 수업을 받아야되니 조금 참았다가 수업 후에 지도해도 될 것을 왜 그 자리에서 해결하려고 했을까 하는 생각.
그런 생각들에 이르자 오히려 내 자신에 대한 회의와 비애가 찾아왔다.
집에서 아내에게 이야기 하니 아내도 다른 학생들에게 피해가 되었을 것이라 한다. 따로 불러서 이야기하는 것이 다른 학생들의 학습권을 보장하는 게 아니냐고 하니 할 말이 없었다.
당시의 상황을 어떻게 글로 표현하기가 그렇지만 학생의 반응이 굉장히 불쾌했고, 모욕스러웠다. 그렇지만 좀더 의연하게 좀더 냉철하게 지도할 수 있었을텐데... 좀더 여유있고, 좀더 선생다운 입장에서 지도할 수 있었을텐데...
지나고 나니 아쉬움이 크고, 내 그릇의 작음과 15년이 지난 지금 오히려 과거보다 더 퇴보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에 대한 슬픔이 자책에 이르게 한다.
지난 몇 년간 내 자신이 과거보다 학생들에게 이해심이 부족해지게 된 걸 느껴 왔는데 오늘 사건은 그런 느낌을 전적으로 확인시켜준 것 같다.
이 보다 더한 일들도 있었던 것 같은데 그럴 때 내 모습은 어땠는지 곱씹어 볼 일이다.....
2009 교단일기